본문 바로가기
  • 가객 송창식님을 좋아하는 사람들
평론&기사

[평론:강 헌] 통키타 음악, 봄과 함께 부활한다.

by 팬더54 2008. 11. 7.


[통기타 음악, 봄과 함께 부활한다]
강헌〈대중음악평론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앰프를 통한 전기적인 증폭 음향이 세기말의 음 악 상황을 지배하고 있다. 통기타와 하모니카 같은 간단한 자연음으로 진솔하게 인간과 세계에 대해 노래하는 모던포크음악은 완연히 비주 류의 변방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88올림픽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은 발라드와 댄스뮤직이라는 양대 문 법의 일방적인 지배 아래 놓이게 되면서 음악산업은 십대 취향의 음 악으로 이동했고, 70․80년대의 청년문화와 대항문화의 주축이자 상업 적인 영역에서도 주류를 장악했던 한국 모던 포크는 90년대 통기타 음악의 기수라고 할 수 있는 김광석의 사후 급격한 퇴조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장의 가시적 외양이 한국 포크음악의 사멸을 이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통기타 음악 수용세대 들은 여전히 광범하게 잠복하고 있으며 이들 세대는 십대들의 컴퓨터 음향이나 격렬한 록음악의 비트보다는 어쿠스틱(Acoustic)한 사운드에 기반한 음악을 더욱 선호하는 취향을 지니고 있다.


98년 음반 최대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이 십대와 이십대 초반 세대의 우상인 H.O.T나 서태지가 아니라 70년대의 복고적인 통기타 톤을 가 미한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였음은 의미심장하다.


통기타에 기반한 모던 포크음악은 멀리는 영국 제국주의 지배에 저항 했던 신대륙 백인들의 민요(트래디셔널 포크)와 미시시피 유역 농장 흑인들의 블루스에 뿌리를 대고 있다. 이것이 20세기에 들어와 공황과 세계대전을 거치며 지식인과 민중의 연대감을 구현하는 음악으로 자 리 잡았다.


이와같은 전통을 바탕으로 모던포크는 60년대 서구의 자유주의적 지 성의 상징이 되었으며 60년대 후반 한국에 상륙하여 식민지 시대의 부산물인 트로트와 역시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미8군 무대 출신의 스탠더드 팝이라는 두 주류 문화에 대항하는 한국 청년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1988년 쇼특급 트윈폴리오-웨딩케익

 




올해 1999년은 한국의 모던 포크, 곧 통기타음악의 30주년이 되는 해 이다. 〈하얀손수건〉 〈웨딩케익〉 등을 담은 최초의 통기타 앨범인 트윈 폴리오(송창식과 윤형주)의 데뷔 앨범이 69년에 발표되었으며 최 초의 싱어송라이터라고 할 수 있는 한대수가 귀국 콘서트를 가진 해 가 또 69년인 탓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통기타 붐은 청바지와 생맥주로 표상되는 청년문화적 아이콘과 더불어 급속히 세력을 넓혀 나갔다. 박 정희의 영구 집권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던 71년초 라나에로스포 의 〈사랑해〉와 은희의 〈꽃반지 끼고〉의 단순한 아르페지오 선율 은 대학가의 담을 넘어 시장으로 진군해갔으며, 그해 여름 그 뒤로도 오랫동안 청년문화의 송가가 된 〈아침이슬〉이 김민기와 양희은 짝 에 의해 발표되었다.


그리하여 통기타 음악은 김정호와 송창식, 이장희와 어니언스 같은 포 크계열 스타들에 의해 70년대 중반 주류의 최정상에 등극하는 열광적 인 에너지를 분만했다. 하지만 이 절정기는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짧 았다. 기득권 세력은 이 젊은 난동(?)을 사시의 눈으로 못마땅해 했으 며 유신정권은 75년 가요 규제 조치와 대마초 파동을 통해 통기타 음 악의 날갯죽지를 군화발로 꺾어 버린다.


세상은 다시 평온한 복고의 흐름으로 돌아갔으나 사랑과 자유를 향한 청년 지식인들의 복화술은 70년대 후반의 암흑기에도 여전히 계승되 었다. 진지한 자연친화력을 오선지에 옮긴 이정선, 질박한 전통적 서 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태춘, 은둔주의의 고요함을 펼친 조동진 같은 거목들이 전시대의 영광을 내면적으로 성숙시켰다. 이는 80년대 한국 포크음악의 백가쟁명을 예견케 하는 징후였다.


광주라는 현대사의 분기점을 통과하며 우리의 포크음악은 두 갈래의 큰 물줄기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나중에 ꡐ노래를 찾는 사람들ꡑ 이라는 대중적인 포크그룹을 낳게 되는 비판과 투쟁으로서의 노래운 동의 흐름이고, 나머지 하나는 따로 또 같이와 시인과 촌장으로 대표되는 포크음악의 예술화 움직임이다.


앞의 흐름은 김민기의 비판적 문제 의식을 현실 속에서 더욱 끌어올 림으로써 포크음악이 진정한 시민정신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거리와 학교와 공장에서 극적으로 증명하였다. 그리고 예술적 완전주의를 향 한 후자의 그룹은 소극장과 앨범 그 자체의 완성도를 통해 서구 대중 음악에 경도되어 있던 젊은 마니아층까지 포섭하며 우리 음반 시장에 서 한국 대중음악의 헤게모니 장악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비록 시각매체의 일방적 독주와 흑인 계열의 음악이 빅뱅을 일으킨 90년대에 이르러 포크음악 진영은 이전 시대의 영광을 유지하는데 다 소 힘이 벅찬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포크음악은 80 년대 노래운동 출신의 김광석과 안치환, 그리고 권진원 같은 이들과 티 없이 맑고 투명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적 개성을 구사 한 동물원, 여행스케치, 한동준, 장필순, 일기예보 같은 후계자들을 낳 으며 이제는 새로운 세기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포크음악 30주년이 되는 올해, 포크 진영은 그 역사를 재조명하 고 그 의의를 되새기는 기념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일 전망이다. 그 신 호탄은 9일과 10일, 70년대 초반 포크의 젊은 별들이 수없이 섰던 이 화여대 대강당에서 펼쳐질 30주년 기념콘서트 낭만의 혁명, 혁명의 낭만
 

송창식, 서유석, 조동진, 정태춘․박은옥, 시인과 촌장, 김창완, 안치환, 동물원, 일기예보 등 70년~90년대를 대표하는 포크뮤지션 16개 팀이 한 자리에 모여 포크음악의 영광과 상처의 연대기를 형상화한다. 그리 고 뒤이어 19일부터 14일 간 호암아트홀에서 사상 초유의 22개 팀 단 독 릴레이 콘서트를 갖는다.


통기타음악 30주년에 즈음한 일련의 이벤트 기획은 단지 회고적 추억 을 위한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향한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적인 대안의 창출과 맞닿아 있으며 그 요소는 한국 포크음악의 역사와 성격에 이미 녹아 들어가 있다.


그 첫 번째 의미는 통기타 음악이 지니고 있는 청장년층의 세대적 대 안성이며, 둘째로는 통기타 음악의 청각적 성격과 통기타를 매개로 한 공동체의 민주주의적 성격이다. 통기타 음악은 음악 본연의 감성적 효 과를 창출하는 한편으로 일방적인 스타 추종의 문화에서 스스로 음악 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나눔의 음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 음악을 통해 그동안 상실해왔던 음악과 인간의 의사 소통 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비판적 지성의 음악이자 순수 자연 의 음악인 통기타 음악은 인기가 시들어버린 어제의 음악이 아니라 새로운 밀레니엄을 이끌어갈 주요한 선두주자 중의 하나인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