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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잡지:여성동아] 쌩쌩토크-나이 먹었네 하며..

by 팬더54 2008. 11. 10.

 

-쌩쌩토크-
“나이 먹었네 하며 권위적으로 변해가는 친구들 보면 참 안타까워”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포크 빅3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세명이 모이면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포스터 촬영을 마치고 식사를 하며 나눈 이들 3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지면에 담았다.

 

윤형주(이하 윤) : 우리 직접 만난 건 오래간만이지 아마. 전화는 해도 자주 만나지도 못해. 워낙 창식이의 생활패턴이 남달라서.

 

송창식(이하 송) : 그래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30년 넘게 하고 있어. 절대 바꾸지 못해(웃음). 이젠 늙어서 그런지 사진촬영도 참 힘드네. 정말.

 

김세환(이하 김) : 우리도, 팬들도 다 나이가 들었지. 아줌마가 뭐야. 손주 본 할머니들도 있을 걸. 예전에는 ‘어머, 김세환씨죠?’라고 했던 팬들이 이젠 ‘혹시 김세환씨 맞나요?’라고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어. ‘맞다’고 하면 꼭 이렇게 말하지. ‘어머, 예전에 참 많이 좋아했었어요’라고. 항상 난 ‘그럼, 지금은 안 좋아해요?’라고 되물어(웃음).

 

윤: 난 요즘 큰일이야. 계속 살이 찌고 있어. 한 7, 8kg 정도 찐 것 같아. 살 빼려고 헬스클럽에 다니고 식사량도 줄이고 있어. 어휴. 내가 먹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송: 살을 왜 빼. 다 나이가 들면 찌는 나잇살인데, 뭘.

 

윤: 그러고보면 젊었을 때는 참 날씬했는데 말이야. 그땐 참 인기도 좋았어. 요즘 god 같은 친구들보다도 훨씬 인기가 많았을 걸. 당시 최고의 데이트 코스는 우리(트윈폴리오)가 공연하는 OB’s 캐빈에 데리고 오는 거였잖아. 다들 새 학기가 되면 카페로 몰려오곤 했지. 그때가 돈이 많거든. 등록금에, 책값에. 허허. 그래서 미팅을 해서 마음에 들면 여자를 데리고 왔는데 여자들이 어떻게 했겠어. ‘어머머, 송창식 윤형주’ 그러며 우리에게 정신을 팔고 있었지.

 

송: 그때 싸움도 나고 그랬었잖아. 여자들이 우리만 쳐다보니까 남자들이 시비도 걸고 그랬어. 욕을 하기도 했고. 그럼 우리는 샹송을 부를 때 가사 대신에 욕을 한 적도 있었지. 혀를 굴려 욕을 하면 마치 불어처럼 들렸거든. 다들 황홀해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관객들에게 욕도 했으니 그땐 참 어렸어. 그래도 재미는 있었는데. 우리가 듀엣으로 활동한 게 아마 1년 10개월밖에 안됐지. 참 고마워. 그 짧은 기간 활동했는데도 우리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김: 그땐 참 잘 나갔었어. 윤석화 있잖아. 석화가 내 팬이었잖아. 고등학교 시절 우리 집앞에서 나를 기다리곤 했었는데. 그래서 내가 ‘집에 가, 공부해야지’라고 말해주곤 했어. 그때 참 고운 소녀였는데.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나 봐.

 

윤: 유성이(전유성)도 그래. 유성이가 우리 참 많이 따랐었는데. 심부름을 도맡아 했었잖아. 이젠 개그계의 대부가 됐어. 생각해 보면 유성이의 개그는 참 많이 앞서갔던 것 같아. 그때 했던 개그들이 지금 들어보면 참 웃기거든.

 

송: 우리도 나이가 참 많이 들었지. 이젠 가요무대에 설 나이라니까. 그렇지 않아? 사실 조영남, 이미자, 패티김 다음이 우리지 뭐.

 

윤: 가요무대의 사회를 봤던 김동건 아나운서가 나한테 그랬어. 다른 가수들은 가요무대에서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부르면 된다고. 처음에는 좋은 소린가 했는데 그만큼 우리가 오래됐다는 이야기 아냐?

 

김: 이젠 우리보고 다들 선생님이래. 왜 선생님이야? 내가 뭘 가르쳤나? 방송에서도 그러고.

 

윤: 마땅히 부를 호칭이 없잖아.

 

김: 사실 우리도 20, 30대 때 40, 50대를 보면 정말 달라보였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니까 그게 아니야. 그냥 자연스럽게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은 것일 뿐 무언가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 아니라고. 60, 70 나이를 먹어도 아마 똑같을 걸. 주변 친구들이 나이 많이 먹었네 하면서 새로운 시도도 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많이 안타까워. 지금도 새롭게 배우고 도전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요즘 난 프리챌 커뮤니티인 가요사랑방 사람들과 계속 온라인, 오프라인 상으로 만나고 있어. 참 신기해. 온라인으로 홍보도 하고. 나 곧 새 음반 나오잖아(웃음). 늙었다고 단념하기엔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고 생각해.

 

글·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출 처 :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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