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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coffee 매거진:유인혁]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by 팬더54 2008. 11. 8.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오세요


 



송창식-선운사


봄기운이 완연해진 날씨 탓인지 몸에서 비명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몸을 쫙 펴고 밖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지요. 오늘의 주인공은 4월과 잘 어울리는 송창식의 <선운사>입니다.

 

이런 걸 예술의 힘이라고 해도 될까요?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시골역이었던 정동진이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하나로 관광명소가 되어 사람들이 바글거리듯, 이용의 <잊혀진 계절>때문에 10월의 마지막 날이 뭔가 중요한 날처럼 여겨지는 것 말이죠. 음, 이건 조금은 다른가요?

 

어쨌든 이 노래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많은 문인들이 선운사를 노래했답니다. 서정주도 그렇고 최근의 최영미 시인도 그렇구요.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 날 때처럼 /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 최영미의 「선운사에서」중



선운사라는 곳이 이처럼 절로 노래하게 만드는 곳인가 봅니다. 그렇지만 선운사라는 곳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게 한 공로는 역시 송창식의 이 노래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노래에서는 계속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라고 묻네요. 여기에 굳이 대답을 하자면 제 대답은 “아직….” 다만 관악산 밑자락에 살 때 관음사를 다닌 일이 있다고 하면 동문서답인가요? 언젠가 관음사를 한밤중에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도 기도를 드리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내내 목탁을 두드리며 독경을 하던 스님과 간절히 절을 올리던 한 아주머니. 담에 기댄 채 법당 열린 문 사이로 한참을 보았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빌었을까요.

 

문득 그 분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절을 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무슨 소원인지 모르겠지만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간절히 바란다는 건 바로 이런 거구나, 다른 사람도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함께 바라게 되는 것이구나’라고 느꼈답니다.

 

역시 이것도 노랫말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군요. 선운사 얘기를 하다보니 갖가지 상념들이 오락가락합니다.

 

누군가는 이 노랫말을 보면서 좀 촌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 노래가 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지도 모를 수 있구요. <가나다라>, <토함산>, <참새의 하루> 또 얼마 전 윤도현의 리바이벌로 색다르게 들을 수 있었던 <담배가게 아가씨>까지 송창식 외에 이런 독특한 노랫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송창식이 더 이상 새 노래를 만들지 않는 게 너무나 아쉽기만 하네요. 참 좋은 노랫말과 가락 그리고 송창식의 푸근한 목소리까지는 좋으나 노래에 나오는 여자 코러스,

 

“…있나요”

 

이건 조금 심하지 “…않나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들입니다.

 

글·유인혁

출처 : coffee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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