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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기사]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미사리 가수촌을

by 팬더54 2008. 11. 8.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미사리 가수촌을 찾아서… (1/10) (1999.10.29)  
 
추억 속으로…

 

늦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8월 말의 어느날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의 카페 「이종환의 쉘부르」. 어둑한 불빛을 타고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 가수 洪珉(홍민·53세)씨의 굵직한 목소리가 중년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 든다. 살이 조금 오른 듯한 그의 얼굴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지만 매력적인 低音(저음)의 목소리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찾 기가 어렵다. 자신의 통기타 반주에 맞춰 왕년의 레퍼토리를 열창하 는 그의 얼굴에 빠지다 보면 19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 가수들의 모습이 시간을 逆流(역류)해 오버랩된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추억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어간다.


근처의 또다른 카페 「록시」에서는 매일 오후 11시 통기타 세대의 우상인 宋昌植(송창식·51세)씨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만면 에 웃음을 띤 그가 전성기와 다름없는 음량으로 첫 곡 「한번쯤」 을 부르자 팬들의 신청곡 주문이 이어졌다. 「상아의 노래」, 「토 함산」, 「왜불러」….

 

마지막으로 그가 「고래사냥」을 부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쏟 아져 나오는 그의 노랫소리가 후렴부인 「자, 떠나자, 동해바다 로…」에 이르자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앉 아있는 사람들도 손을 앞뒤로 흔들며 큰 목소리로 따라불렀고 노래 가 끝난 후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970년대 가수만이 아니다. 배 모양의 건물에 해골 네온사인을 내건 카페 「해적」에 가면 잘생긴 외모와 촉촉한 목소리로 1990년대 초 반 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曺正鉉(조정현·34세)씨를 만날 수 있다. 「블루오페라」에서는 스탠더드 재즈 보컬의 분위기를 지 닌 가수 柳烈(유열·39세)씨가 재즈 피아니스트의 반주에 맞춰 고 전적인 재즈곡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I left my heart in sanfrancisco)」를 열창한다.

 

어슴푸레한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관객과 가 수가 호흡의 交感(교감)을 나눌 수 있는 추억의 場(장), 이곳이 바 로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촌이다.

 

우리가 흔히 미사리라고 부르는 이곳의 정확한 행정구역상의 명칭 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과 망월동, 덕풍동, 신장동, 창우동이다. 이 곳에 라이브 카페들이 들어선 것은 불과 2∼3년 전. 예전에는 조정 경기장 쪽에 있는 미사동에 음식점과 일반 카페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다가 망월동에서 창우동에 이르는 팔당대교쪽 도로변에 하나 둘 음식점과 라이브 카페가 들어서면서 이제는 10여km 구간의 도 로를 따라 50여 곳의 라이브 카페가 盛業中(성업중)이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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