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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기사] 2002년-30년전엔 우리도 '신화'

by 팬더54 2008. 11. 10.

[방송][음악]'열린음악회' 왕년의 스타들 "30년전엔 우리도 '신화'"


남성 그룹 '히식스'의 멤버 유상윤 조용남 최헌(왼쪽부터)이 20여년만에 화음을 맞추고 있다  
 
1960, 70년대 ‘god’ 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다는 ‘트윈폴리오’와 ‘히식스’. 강산이 서너차례 변하는 동안 그들은 어디서 무얼하다 이제야 나타난 것일까. KBS1 ‘열린 음악회’ 녹화가 있던 9일 서울 여의도 KBS홀, 그동안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왕년 스타’와 ‘왕년 팬’들이 중년이 돼 다시 만났다.
“아버지라는 직업은 사표도 낼 수 없더라고요. 지난날의 노래로 삶에 지친 중년들을 진작 위로해드렸어야 하는데…”


한국의 ‘사이먼 앤 가펑클’로 불릴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송창식 윤형주의 ‘트윈 폴리오’가 33년만에 방송에 출연하면서 던진 첫마디.
개량 한복에 하회탈 같은 넉넉한 웃음을 만면에 띈 송창식과 신사의 이미지를 풍기는 윤형주가 나란히 앉아 통기타 반주로 ‘하얀 손수건’ ‘축제의 노래’ ‘렛 잇 비 미’ 등을 잇따라 불렀다. 
 


 1969년 해체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트윈 폴리오'의 송창식(왼쪽)과 윤형주  외모에서 나오는 상반된 분위기는 이들이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트윈 폴리오’는 68년 데뷔해 두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69년 해체됐다.


“며칠전 명동에 나갔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납디다. 장발 단속을 피하려면 명동 뒷골목을 많이 알고 있어야 했어요. 참 재미있는 건 등잔밑이 어둡다고 파출소 바로 옆 골목이 가장 안전했거든요.”
이들의 30여년전의 ‘별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고 부모를 따라 온 10대들은 “장발 단속이 뭐냐”고 묻는다.


신중현에 이어 한국 록의 맥을 이은 남성 6인조 그룹 ‘히식스’가 등장하자 녹화장은 인기 가수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했다.


김홍탁 최헌 조용남 유상윤 홍은식 신영국 등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 여섯명이 어색한 제스처를 섞어가며 노래하는 모습은 화려하지 않아 오히려 정감을 자아냈다. 지금도 여름이면 애창되는 히트곡 ‘해변으로 가요’를 부르자 40대 아줌마들이 여기저기서 망원경을 꺼내들고 무대를 주시한다.


한 멤버가 “우리도 예전엔 ‘god’나 ‘신화’만큼 인기있는 그룹이었다”고 말하자 어디선가 10대 자녀와 40대 엄마와 티격태격 말다툼이 들려온다.
“에이∼, 설마.”(10대)
“어머, 정말이야. 얘”(40대)
보사노바풍으로 편곡한 ‘나 하나의 사랑’을 20명의 ‘서울재즈 아카데미(원장 김홍탁)’학생들과 함께 연주하며 노래하자 객석은 시나브로 합창으로 이어졌다.
막이 내리고 공연장을 나서면서 한 50대 여성은 감동을 잊을 수 없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중년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거의 없어요.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트윈 폴리오’와 ‘히식스’가 그래서 더욱 반가웠고 한편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세대공감’을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에는 이외에도 심수봉과 신세대 가수 박혜경 유리 ‘루나’ ‘슈가’가 함께 했으며 방송은 14일 오후 6시.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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