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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기사:조선일보] 1997년-70년대통기타살롱 전성기

by 팬더54 2008. 11. 10.

 

70년대 통기타살롱 전성기 (1997.09.22)



70년대 명동 거리에는 통기타 음악과 청바지에 생맥주가 넘실거렸다. 명동 유네스코회관 뒤쪽 패션골목을 걷다보면 'V 익스체인지'라고 간판 이 걸린 4층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70년대 '한국의 내쉬빌'로 이름을 떨친 통기타클럽 '오비스 캐빈'이 있던 자리다.



음악에 얽힌 이 건물 역사는 음악다방 원조격인 60년대 중반 '심지 다방'으로 거슬러 간다. 이 다방은 그 시절 "없는 원판이 없다"는 명성 을 날리며 팝송 마니아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주말이면 평화봉사단 원과 미군들까지 몰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였다.



심지다방 주인은 자유당 시절 정치깡패로 유명한 이정제의 동생 이 지제(작고)씨. 6·25때 원판만 싸들고 피난길에 올랐다는 음악 애호가 였다. 심지다방을 성공시킨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 통기타 붐이 이는 것 을 보고 69년 '오비스 캐빈'을 열었다.



무교동 '세시봉' 시대를 마감한 송창식 조영남 윤형주 김도향 서유 석 양희은 같은 통기타 1세대들이 대거 무대에 섰다. 세련되면서도 자 유분방한 분위기를 잘 살렸던 '오비스 캐빈'은 문을 열자마자 젊은이 명소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오비스 캐빈'이 대성공을 거두자 70년 명동입구 코스모스백화점 건 너편에 '금수강산'이 들어섰다. MC 이종환씨가 관여해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을 무대에 세웠다. 이들은 '오비스 캐빈'과 '금수강산'을 오가며 노래했다.



명동 통기타 시대는 70년대 중반 '쉘부르'가 문을 열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식을 줄 모르던 생맥주 붐도 한몫 했다. 후 발주자인 '쉘부르'에는 이문세 남궁옥분 전영 신형원 같은 통기타 2세 대들이 주로 출연했다.



70년대말부터 명동 통기타 살롱들은 급속히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디스코를 출발로 거세게 불어닥친 가요계 유행 변화 탓이었다. 통기타 가수들은 하나둘 무대를 잃었다.



우리 대중음악사에 젊음의 낭만이 가장 넘쳤던 시절로 기록될 70년 대 명동 통기타 시대. 그 현장들은 이제 경찰의 눈을 피해 명동 뒷골목 을 숨어다니던 '장발 세대'의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 권혁종기자 >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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