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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칼럼] 다시 듣는 트윈 폴리오(2)-김창식

by 팬더54 2008. 11. 18.


다시 듣는 트윈 폴리오(2)
원본:
http://blog.daum.net/lsryong60/8287772


트윈 폴리오는 2년이 채 못 되는 활동을 끝으로 1968년 12월 말 고별 ‘리사이틀’(콘서트의 옛 표현)을 갖습니다. 공연은 남산 자락에 있었던 드라마 센터에서 열렸는데 당시 젊은이들, 특히 여성 팬들의 가슴에 메울 수 없는 구멍을 남겨 놓았습니다.

이들은 그룹 해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압력으로 해를 넘기며 몇 차례 더 공연을 하기에 이릅니다. 아직도 그룹 해체를 인정치 않는 일부  ‘개념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 중에 한 사람입니다만.

윤형주는 솔로로 독립하여 ‘비개인 뒤 열리는 하늘같은 목소리’로 “라라라(조개껍질 묶어)”, “연가”, “우리들의 이야기”, “두 개의 작은 별” 등 외국 곡을 번안하여 들려주었습니다. “바보”, “미운 사람” 같은 작사 작곡한 오리지널곡도 있지요. 참 “어제 내린 비”도 있군요. 윤형주의 음색은 하이 톤이면서도 결이 곱고 투명하여 당시 젊은이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 주었습니다. 그는 한국 ‘팝페라의 원조 가수’로 불릴 만합니다.

송창식은 포크 음악 명예의 전당(만일 설립된다면)에 가장 먼저 헌액되어야 할 대단한 가수입니다. 그가 높이 평가되어야 하는 큰 이유는, 맛깔스러운 목소리와 가창력이야 다 알아 주는 것이니 거론치 않더라도, 포크 음악의 양립되는 가치라 할 수 있는 서정성과 시대정신(또는 시대와의 불화)을 동시에 갖춘 거의 유일한 경우인 때문입니다.

그는 이장희, 김민기 등과 함께 몇 되지 않는  싱어 송 라이터였는데, 언더그라운드 성격이 강한 이들과 달리 세대를 넘나드는 대중적인 인기도 함께 누려 방송사의 가수왕상을 독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음악성과 대중성을 웅변하여주는 사례이지요.

그가 1970년대에 발표하여 많은 인기를 얻은 서정적인 노래들로는 “한번쯤”, “맨 처음 고백”, “창 밖에는 비 오고요”, “딩동댕 지난 여름”, “상아의 노래”, “비의 나그네”, “피리 부는 사나이” 등 열거하기에 숨이 가쁠 정도입니다.

한편, 음악사에 길이 남는, 저항 정신을 담은 노래들로는 잘 알려진 “고래 사냥”과 “왜 불러”가 있습니다. 이 두 노래는 본디 젊음의 꿈과 좌절, 고뇌와 방황 등 허접스런 청춘에 대한 찬가였습니다만 시대와의 불화를 담은 걸작 가요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가 의도하였는지, 그냥 그렇게 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그밖에 거의 예술가곡 수준의 노래도 불렀습니다. “우리는”, “토함산”, “선운사”, “푸르른 날” 등...

송창식 윤형주와 함께 한 묶음인 가수는 김세환(1948년생)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솜사탕처럼 부드러웠으며, “길가에 앉아서”, “사랑하는 마음” 같은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가 대중적인 사

랑을 받은 데에는 귀여운 외모도 한몫하였더랬지요. 세 사람이 함께 부른 슈베르트의 곡 “숭어”와  비지스의 "Don't Forget To Remember"는 화음이 절묘하여 감탄이 절로 납니다.

트윈 폴리오 이후, ‘쉐그린’, ‘4월과 5월’, ‘금과 은(투 에이스)’, ‘논두렁 밭두렁’ ‘노고지리’, ‘소리새’ ‘해바라기’ 등  많은 남성 듀오가 비온 뒤 죽순처럼 생겨나 활동을 펼칩니다만 모두 트윈 폴리오의 화음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인기면에서 이들에 견줄만한 그룹은 1972년 데뷔한 ‘어니언스’입니다. 그렇더라도 음악성에서 2% 부족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연전 어느 가요제를 TV에서 보았었는데 그 프로에 출연한 윤형주와 김세환의 ‘티격태격’이 재미있었습니다. 윤형주는 한 살 차이인 김세환을 아주 어린 동생 취급하려들었고 김세환은 호적이 잘못된 것이라고 항변하며 짐짓 화난 체 하는 것이었어요.




트윈폴리오[11년만의재회]-모닥불, 에델바이스,우리


두 사람이 말은 그렇게 해도 데뷔 후 벌써 40여 년이 지났으니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 친구가 되었음직한 데도 김세환이 송창식과 윤형주에게 깍듯이 형 대접한다고 합니다. 그들과 같은 세대인 저도 어디에서건 그들을 보면 청춘시절로 되돌아 간 듯,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마음이 훈훈해지곤 합니다.

누구나 주위에 오랜 친구들이 있을 것입니다. 열정과 치기어린 패기의 시기를 지나 이제 이성과의 사랑이야 이런저런 이유로  봉쇄되어 있으니 차치하더라도, 정성만 쏟으면 옛 친구들과의 우정은 그래도 가까이서 돌보고 가꿀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김창식


김창식님은 독어독문학을 전공, 대학시절 교내 단편문학상을 수상했고 독일어로 쓴 소설, 논문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항공회사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문학도의 꿈을 놓지 않고 수필, 칼럼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문학 등 다방면에 걸친 관심과 일상생활에서 얻는 철학적 주제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감성적인 문체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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